AI 잘 쓰고 싶다면, /loop
질문을 잘하는 시대에서, 루프를 짜는 시대로

루프 엔지니어링은 AI에게 매번 지시하는 대신, 반복해서 돌아갈 사이클을 미리 설계해두는 방식입니다. Claude Code를 만든 Anthropic의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제 프롬프트를 쓰지 않습니다. 제 일은 루프를 짜는 것입니다." Claude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프롬프트를 안 쓴다고 한 겁니다.
2026년 상반기 개발자 커뮤니티를 관통한 이 흐름은 지금 개발 밖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만큼 이 개념이 잘 들어맞는 분야도 드뭅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왜 갑자기 이 말이 나왔나
2026년 6월 8일, OpenAI의 피터 스타인버거(Peter Steinberger)가 X에 올린 두 문장이 650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코딩 에이전트에 프롬프트를 치고 있으면 안 됩니다. 에이전트에 프롬프트를 넣는 루프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 말이 폭발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어렴풋이 느끼던 변화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입니다. 2023~2024년의 AI 활용법이 "좋은 질문을 잘 쓰는 법"(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었다면, 에이전트가 스스로 도구를 쓰고 여러 단계를 처리하게 된 지금은 "AI를 어떤 사이클로 돌릴지 설계하는 법"이 핵심 기술이 됐습니다. 사람이 매번 지시하는 자리를, 그 일을 대신하는 시스템(루프)이 차지한 겁니다.
루프 엔지니어링, 개념은 간단합니다
루프를 만들려면 세 가지를 정해야 합니다.
- 목표: 무엇을 할 것인가 ("테스트가 전부 통과하게 만들어")
- 주기(또는 트리거): 언제 반복할 것인가 (10분마다 / 빌드가 끝날 때마다)
- 종료 조건: 언제 멈출 것인가 (전부 통과하면 / 사람이 멈추면)
이걸 설계해두면 에이전트는 '실행 → 결과 관찰 → 다음 행동 판단 → 반복'의 사이클을 스스로 돕니다. 비슷한 기능은 다른 AI 툴에도 있습니다. OpenAI Codex의 Automations, Gemini의 Scheduled Actions, Perplexity와 Manus의 Scheduled Tasks 모두 같은 방향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건 Claude의 /loop입니다. 예약 실행을 넘어 작업하던 세션 안에서 바로 루프를 돌린다는 직관성 덕에, 루프 엔지니어링 트렌드의 상징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걸로 뭘 하고 있나
개발자들의 사용법은 이렇습니다. 빌드가 깨질 때까지 테스트를 반복시키기, 배포 상태를 10분마다 폴링하기, 에러 로그를 매시간 요약시키기. 개발 밖으로도 빠르게 번졌습니다. 매일 아침 뉴스 브리핑, 경쟁사 사이트 모니터링, 매주 월요일 보고서 초안 생성, 받은편지함 정리까지 전부 루프입니다.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조건에 맞으면 행동하는 일"은 전부 루프가 됩니다. 투자자라면 익숙한 이야기일 겁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 문단을 읽으며 뭔가 떠올랐다면 그게 맞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관심종목에 영향이 있는지 판단하는 일, 장중에 시세를 확인하다 목표가에 닿으면 주문하는 일, 월말에 비중을 확인하고 리밸런싱하는 일. 전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조건에 맞으면 행동하는" 그 모양입니다.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루프는 사람이 몸으로 돌렸습니다. 장중에 시세를 계속 쳐다보고, 매일 아침 뉴스를 훑는 것까지 전부 사람이 실행 엔진이었죠. 그래서 바쁜 날엔 루프가 끊기고, 하필 그런 날에 기회나 리스크가 옵니다.
해외에서는 이 자리를 AI에게 넘기는 서비스가 이미 나왔습니다. Robinhood는 2026년 5월 외부 AI 에이전트가 계좌로 직접 매매하는 Agentic Trading을 열었고, Public은 "매주 월요일 100달러씩 매수" 같은 지시를 반복 실행되는 워크플로우로 만들어줍니다. 이름만 다를 뿐 구조는 같습니다. (서비스별 비교는 AI가 대신 매매하는 시대에서 다룹니다)
내가 설계하는 건 '바깥 루프'입니다
루프에는 두 겹이 있습니다. 안쪽은 에이전트가 한 번 움직일 때 스스로 도는 사이클입니다. 시세를 읽고, 조건에 맞는지 따지고, 필요하면 뉴스를 더 찾아보고, 판단을 내립니다. 이건 서비스가 이미 만들어둔 부분이라 투자자가 건드릴 일이 없습니다.
투자자가 설계하는 건 바깥 루프입니다. 이 판단을 언제 시작할지, 무엇을 보고 "됐다"고 할지, 언제 멈출지. 이 세 가지만 정하면 나머지는 에이전트가 돕니다.
여기서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게 "됐다"의 기준입니다. 에어컨은 온도계가 달려 있어 26도가 되면 알아서 멈추지만, 투자 루프의 온도계는 사람이 달아줘야 합니다. "저평가되면 사줘"는 온도계가 없는 지시입니다. 무엇이 저평가인지 정하지 않았으니 루프가 멈출 지점도 없습니다. "PER 12배 아래로 내려오면"이라고 해야 비로소 온도계가 생깁니다.
기준을 한 번 정해두면 또 하나 좋은 점이 있습니다. AI는 대화를 닫는 순간 앞의 맥락을 잊습니다. 매번 새로 설명하면 매번 조금씩 다른 판단이 나옵니다. 반대로 조건을 루틴에 박아두면 3개월 뒤에도 같은 기준으로 돕니다. 사람이 지치거나 흔들리는 날에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이게 자동화의 진짜 값어치입니다.
좋은 루프를 설계하는 3가지 원칙
루프 엔지니어링에서 강조되는 원칙은 투자 루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 종료·안전 조건을 먼저 정하세요. "얼마까지, 몇 번까지"의 한도가 있는 루프가 좋은 루프입니다. 분할 매수 루틴이라면 총액과 횟수를 명시하는 식입니다.
- 관찰 가능해야 합니다. 루프가 뭘 했는지 매 실행마다 보고받을 수 있어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알림이 오지 않는 자동화는 방치와 같습니다.
- 작게 시작해서 넓히세요. 처음부터 매매를 맡기기보다, 뉴스 브리핑·가격 알림 같은 정보 루프로 시작해 신뢰가 쌓이면 실행 루프로 확장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코드 없이 루프를 짜려면
여기까지는 터미널과 코드가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 개발자가 아니라면 같은 개념을 서비스로 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국내에서는 캐리AI가 이걸 '루틴'이라고 부릅니다. 목표와 주기, 조건을 채팅으로 말하면 그대로 루프가 만들어집니다.
- "매일 아침 9시, 관심종목 뉴스 핵심만 요약해줘" → 주기: 매일 / 행동: 수집·요약·알림
- "이 가격 아래로 내려오면 3번 나눠서 사줘" → 트리거: 가격 조건 / 행동: 분할 주문
지시가 모호하면 에이전트가 먼저 되묻고, 실행 결과는 매번 알림으로 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oop는 아무나 쓸 수 있나요?
A. Claude Code 같은 개발 도구의 기능이라 터미널 환경과 구독이 필요합니다. 비개발자가 같은 개념을 투자에 쓰고 싶다면 루틴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Q. 루프(루틴)를 돌리면 AI가 제멋대로 매매하지 않나요?
A. 루프의 핵심은 오히려 통제입니다. 실행 조건·주기·한도를 사람이 설계하고 AI는 그 안에서만 반복합니다. 결과는 매 실행마다 알림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언제든 일시정지·수정이 가능합니다.
Q. 예약 기능(알람)과 뭐가 다른가요?
A. 알람은 정해진 시간에 알려줄 뿐이지만, 루프는 매 실행마다 데이터를 새로 확인하고 조건을 판단해서 행동까지 합니다. "9시에 알림"이 아니라 "9시마다 뉴스를 읽고 핵심만 골라서 보고"가 되는 차이입니다.
참고: The Art of Loop Engineering (LangChain) · Claude Code Agent Loop 문서 · Robinhood Agentic Trading (TechCrunch) · 루프 엔지니어링 10분 정리 (이동훈의 루트AI)


